2006년 회고

올 한해를 돌아보아야겠다.
싫었던 기억이 더 많았다.
그래서 돌아보는거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어 내년엔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게 하겠다.
일단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난 프로그래머다. 팀장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끄는 리딩의 역할을 맡았다. 올 한 해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그저 여론조사 잘 돌리고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사장님께서 제안하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창립 멤버로 활약한 회사를 더욱 크게 확장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앞서는 후회가 있었다. 사실 후회는 작년에 많이 했어야 하는데 연말 연시도 정말 정신없이 일을 했던 만큼 그런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 지금 하고 있는 올해에 있었던 후회는 사실 2005년 12월 31일에 했어야 하는 후회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그렇다. 그래서 그 후회를 지금 함께 해야겠다. 올해의 대부분의 실패는 그 때의 잘못이었으니까.

2005년에 나는 나름대로 원대한 계획을 세웠었다.
회사의 사이트를 만들고 여론조사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디자인하여 여론조사부터 보고서까지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 였다.

우선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사이트를 만들려고 계획을 잡았다. 기획은 나의 임무가 아니었다. 난 기획이 나오면 그에 맞게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었던 일은 기획 단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이 기능이 구현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였다. 윗선에서 원하는 기능은 계속해서 변해갔다. 사이트 제작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기획은 거의 매일 변하다시피 했다. 결국 기획이 거의 완료되었을 때는 사이트 마감이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 때 였고 각종 변화의 수용에 따라 사이트 내용은 거의 괴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감일은 늦춰지지 않았다.
사실 이 때 내가 얘기를 했어야 했다. 난 제작할 수가 없다고. 실질적으로 시점상 다른 일과 완벽하게 겹쳐지는 절묘한 상황이어서 이렇게 얘기 했어야 했다. 내가 밤을 세워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난 그저 열심히 만들겠다고만 했다. 내가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일을 외주를 주던지 해서 나와 분리를 했어야 했다. 그런 제안도 분명히 있었고 충분히 선택할만한 카드였다고 본다. 그러나 난 선택하지 않았다.
욕심이었다. 그 다른 무엇을 제쳐두고서라도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은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관리자로서는 가지지 말았어야 했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으니까 사장님에게 말했듯이 정말 열심히 일해보고 싶었으니까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다.
사이트는 뭐 더늦어져서 완전 개판으로 일이 마무리 되었다. 아아아 정말 싫은 기억이었다. 한 반년쯤 지나고 나서야 그 때 내가 부린 욕심의 덧없음을 알았다. 반년도 가지 않아 사이트는 또 엎었으니까.. 저 변덕에 맞춰주느니 걍 외주 줄걸 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가졌던 욕심의 덧없음을 다시 떠올렸다.
사이트 제작하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정말 자바스크립트랑 HTML 잘 못 하겠다는 거였다.
이거 못하니까 뭐 만들고 하는 간단한 데에서 막 막혔다. 아 진짜 사소한데서 막히니까 정말 짜증나더라. 그래서 요새 자바스크립트 슬쩍슬쩍 본다.

여론조사 프로그램도 살펴볼까
일단 하드웨어 관련 프로그램은 외주로 처리했다. 하드웨어가 원체 특이해야 말이지. 게다가 솔라리스에서 돌아간다니 도저히 못하겠다고 손을 들어버렸다. 그런데 -_-; 외주 맡긴 사람이 참 특이했다. 일 될 때까지 잠수-_-. 아 미치겠는 거는 둘째치고 다 만들었다고 디밀었을 때가 대충 사이트 기획 완료 되었을 때랑 비슷해서. 두가지 일 한꺼번에 하느라 둘 다 망쳤다.
아무튼 사이트에서 손을 떼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손을 댔는데 덕택에 이 프로그램도 예상했던 기간을 한달 정도 지연 시킨 후에야 쓸만해 졌고, 1번 더 싸그리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나서야 내 마음에 들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버그가 작은거라도 나면 좀 치명적이라는데 있다. 아무래도 직접 전화를 거는 프로그램이니 더 그랬다.
외주 준 프로그램에서도 지속적으로 버그가 나왔고 그 쪽에서 프로그램 설계할 때 내가 반대했던 사안에서 그 사람이 호언 장담했던 부분이 바로 하드웨어 장애로 나왔다. 결국 신규 장비 비싼 걸 도입해서 해결 했는데 그 덕택에 시스템 구성이 아주 복잡해 졌고 신규 장비 서치 및 구입하는데 들어간 기간도 거의 한달 가까이 걸렸다. 그만큼 희귀한 장비가 들어간 것이다.
다시 한번 아주 새로 만들어서 업그레이드를 했어도 성능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다. 아니 솔직히 성능은 내가 볼 때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원체 일이 많아서 문제가 되었다. 결국 장비를 추가 도입하고 성능에 대한 리팩토링을 2번 정도 거쳐야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원하는 속도로 동작했다.
아무튼 계속 운영과 개발을 병행하면서 해 나가다 보니 사용과 배포가 매우 불편한 프로그램으로 남았다. 뭐 솔직히 사용은 별로 불편하지 않은데 배포가 무척 불편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나의 뒷사람에게 남기고 가야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론조사 프로그램은 마음에 들게 만들었다. 뭐 그렇게 불편하고 안정성에서도 문제가 좀 있는 프로그램이 그리 맘에 드냐고 하겠지만 장점은 극대화 되었고 안정성은 솔직히 내 프로그램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하드웨어 그리고 외주 준 프로그램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와서 개발을 한다고 해도 내가 만든 것보다 빠르게 만들지는 못할 거 같고(뭐 자만일수도 있지만) 좀 더 편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하드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 때문에 안정성은 나보다 더 높게 끌어올리기가 쉽지는 않을거다.
사실 미련이 남는 부분은 따로 있었는데, 여론조사 자체 프로그램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그 다음에 보고서를 만드는 부분에서 미련이 많이 남는다. 지금도 보고서 자체는 만들어 진다.
그런데 완전하지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할 수가 없다.
내가 이번에 하면서 정말 내 한계를 절실히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내가 UI나 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이 정말 약하다는 것이었다. 데이터와 관련된 프로그램 쪽에서는 정말 강한데 유독 인터페이스만 만나면 대책이 없다.
보고서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 능력이 나에겐 없었다. UI나 인터페이스에 관한 사람은 구하기도 어려워서 구인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 프로그램에 아직도 미련이 남고 집착을 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회사의 다른 팀장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나에게 나름 선배로서의 길을 보여준(사실 난 선배조차도 업무에서 나보다 나은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함께 일을 해 온 정말 소중한 동료이자 인생 선배 나아가 친구 같은 존재였기에 더더욱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보고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나서 추가 요구사항을 받았을 때부터 나에겐 한계에 부딪힌 일이었다. 떠나기 전에 얘기를 해야겠다. 나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욕심이 높았지만 나의 능력이 부족했기에 당신을 더 돕지 못했다고. 다음에 다시 함께 일 할 때 이런 능력 부족을 보이지 않게 많이 부딪히며 많이 성장해서 오겠다고.

팀장으로서의 느낌도 이야기해보자.
팀장이라는 직위는 정말 오래 전에 달았다. 벌써 한 4년 넘게 달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정말 팀장답게 일을 해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던거 같다. 사람들을 선발하고 관리하고 조직을 편성하고 포상을 주고 벌을 주고 해고를 한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도망 다녔고 관리가 힘들었고 능력 없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는 일이었다. 포상과 벌을 줄 때도 나름 맘이 약해서(이런 걸 평소에 티를 내지도 않아서 주변에서 내가 벌을 줄 때 얼마나 맘 아픈지 몰라줘서 더 맘이 아팠던거 같다)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은 반성해야 한다.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해고할 때이다.
이제 모든 프로젝트가 끝내고 모든 사람들을 정리하는데 있어서 초보 팀장이 저지르기 쉬운 10대 실수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실수는 다 저지른거 같다. 그들을 그렇게밖에 떠나보낼 수 없어서 미안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망하는 모습에 나 또한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맘에 드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지 않게 앞으로 프로젝트에 실패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난 덜 다치며 팀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라는 희망을 품고 다시 재도전 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도 안할 거다. 이젠 사람들 보는 눈도 좀 생기고 내 나름의 리더십도 정립이 되어가는 거 같다. 한 두세번만 더 해보면 확신이 생길 거 같다.
좀 더 좋은 리더, 팀장, 상사가 되어야 겠다. 냉혹한 리더의 모습을 좀 벗어야겠다.

직업에 관한 내가 줄 수 있는 성적은 C다.
뭐 잘 해 나가기는 했지만 다소 마무리가 약했고 몇 개는 나로 인해 실패한 일도 있으니..
더 낮게 줘도 될거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D 정도로 실패하진 않았으니 걍 C 줄란다.

느낀점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욕심내지 말자.
못하는 건 못한다고 말을 하자. 못하는 데 계속 쥐고 있으면 지연된다.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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